줄거리
단역 배우 현수와 함께 애완견 후추를 키우며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는 만삭의 임산부 수진.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있던 현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누가 들어왔다고 잠꼬대를 하고는 다시 잠에 든다.
현수의 자는 모습을 보고 민정도 다시 잠에 드는데 쿵쿵거리는 소리에 확인을 해보니 바람에 베란다 문이 부딪히는 소리였고 창문을 닫으려 베란다에 들어갔다가 세탁기 뒤에 숨어있는 후추를 발견한다.
다음 날, 아래층으로 새로 이사 왔다며 민정이 찾아오고 일주일 동안 쿵쿵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참다가 올라왔으니 조금만 조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민정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현수를 만나자마자 억울함이 폭발했고, 원래 아랫집에는 할아버지가 혼자 살면서 민정 혼자 있을 때만 골라 올라와 강아지가 짖는다고 소리를 치거나 민정을 괴롭혔었는데 새로 온 여자도 이상하다며 툴툴거리고 현수는 이런 수진을 달래준다.
그날 밤, 잠이 든 현수는 손으로 얼굴을 심하게 긁어 상처를 내 단역에서 잘리는 일이 벌어지고 수진은 현수를 수면장애클리닉으로 끌고 간다.
검사를 해보니 렘수면장애 판정을 받은 현수. 의사의 소견아래 약을 먹으며 수면장애를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한밤중에 냉장고에서 생고기를 뜯어먹고 거실에다가 소변을 보는 둥 이상한 행동은 점점 심해지고 결국 후추를 죽여 냉동실에 넣어두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태어나고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지내던 수진은 현수가 몽유병 때문에 아이까지 해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평소 무속에 심취해 있던 수진의 엄마가 무당을 데려 오는데 현수의 몸에 다른 남자 귀신이 붙었는데 귀신을 데려온 것은 수진이라며 빙의굿으로 귀신을 떼어내려면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떠난다.
수진은 이후 과거 교제했던 남자들의 SNS를 뒤지며 조사를 했지만 사망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랫집 할아버지가 평소 자신에게 집착하던 모습이 생각나 아랫집에 방문해 보니 아랫집에 이사 온 민정은 원래 살던 할아버지의 딸이었고 할아버지는 사망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수진은 현수에게 붙은 귀신이 아랫집 할아버지라는 생각을 하고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어본다.
쿠키영상
없음.
후기
9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밀도 있게 꽉꽉 채운 영화였다. 영화 '잠'은 총 세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1장은 현수의 몽유병의 시작과 후추의 죽음까지, 2장은 아기의 탄생부터 민정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정신병이 발현되기까지, 3장은 현수의 몽유병이 완치판정을 받고 민정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이후까지이다.
이야기를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어떤 과정을 거쳐 등장인물들이 변해가는지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불필요한 시간의 흐름을 과감히 삭제하여 극의 진행이 빠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1장에서는 현수의 행동이 몽유병으로 보이며 단순 스릴러 느낌을 풍기다가 2장에서 무속인의 등장으로 오컬트 장르의 분위기로 바뀌는 전환이었는데 이과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필자는 결말을 현수의 직업이 배우였다는 점과 할아버지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한 가지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현수의 행위들이 몽유병이었고 마지막 현수의 행동은 정신병에 걸린 수진을 진정시키기 위해 벌인 연기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결말을 다양하게 바라볼 여지를 주는 영화이니 꼭 집중해서 보시길.
혐오스러운 시각적 효과나 점프 스퀘어를 남발하지 않고 분위기와 전개만으로 공포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유재선 감독의 다음 작품이 절로 기대되는 영화였고 영화의 진행 자체가 한정된 공간에서 거의 대사로 이루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끼실 분들도 있겠지만,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니 영화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꼭 영화관에서 관람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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